개인적으로 가장 오랜 기간 사용한 향수이기도 하며, 가장 좋아하는 향수인 바이레도의 발다프리크의 10년 사용 후기에 대해 작성하려고 합니다.
바이레도와의 첫 만남
향수는 참 재밌습니다. 브랜드와 향에 담긴 스토리를 듣다 보면, 뿌릴 때마다 새롭다는 느낌을 줍니다. 매일 아침 입고 나갈 옷을 고민하듯이 어떤 향수를 뿌릴지 고민하는 게 즐겁습니다. 바이레도와 발다프리크의 이야기를 들으면, 더 재밌는 향수 생활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바이레도를 알게 된 것은 2011~2012년 그 사이였던 것 같습니다. 바로 잡지였는데요. 당시 10 corso como의 관계자가 향에 대해 인터뷰한 글을 보았습니다. 질문은 대략 최근 가장 핫한 향수 브랜드가 무엇인지였고, 답변은 바이레도였습니다.
그렇게 알게 된 바이레도를 파리 여행에서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만났던 향이 발다프리크입니다. 당시에는 한국에 수입이 되고 있지 않아 구매는 할 수 있어도 금액이 비쌌습니다. 물론 현지에서도 싸지 않은 브랜드였죠. 그렇게 발다프리크를 처음 접했습니다.
바이레도(Byredo)는 어떤 브랜드일까?
바이레도는 2006년 농구선수였던 벤 고햄이 만든 프래그런스 브랜드입니다. redolence + by의 합성어로 "향기에 의한"이라는 브랜드 의미를 담고 있는 대표적인 니치 향수입니다. 니치향수에 대한 이야기와 바이레도의 브랜드 이야기는 제 이전 글을 읽어보시면, 바이레도를 뿌릴 때마다 재밌어지실 겁니다.
바이레도의 발다프리크 이야기
발다프리크(Bal d'afrique)는 프랑스로 아프리카의 축제라는 의미입니다. 스웨덴 브랜드에서 프랑스어로 만든 아프리카 축제에 대한 향이라..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 향입니다.
20세기 후반의 파리와 아프리카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음악과 춤에 영감을 받은 향입니다. 파리지앵의 아방가디즘과 혼재된 아프리카 문화 이 둘의 독창적이고 역동적인 결합을 표현해 낸 향입니다.
벤고햄이 아프리카향을 떠올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벤고햄의 아버지는 아프리카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어렸을 적 아버지의 일기를 접하게 된 벤 고햄은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막연한 상상이 있었고, 본인의 상상을 향으로 표현해 내고 싶었습니다.
추억과 감정을 향으로 기억하고 표현해내고자 하는 바이레도의 목표에 따라 탄생한 첫 번째 향이 발다프리크 입니다. 어렸을 적 키워온 아프리카의 축제와 열정적인 사람들의 생각을 향으로 표현해 낸 것이죠.
조향사가 본 바이레도, 발다프리크 향
상큼하면서도 달콤한 그리고 촉촉한 꽃 향이 퍼집니다. 네롤리와 천수국의 향기가 그 뒤를 잇습니다. 풍성하고 생기 넘치는 향으로 중간을 꽉 채웁니다. 2~30분이 지니면 더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향이 올라옵니다.
미들에서 올라오는 발다프리크 향은 매우 매력적입니다. 필자 또한 이 부분의 향을 가장 좋아합니다. 바이올렛, 자스민, 시클라멘 등의 향기가 섞이며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잔향감이 남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포근하면서도 달콤한 머스크, 베티버, 시더우드 향이 맴돌며 구름처럼 가벼우면서도 달콤한 발다프리크 향의 이야기가 끝납니다.
탑노트
베르가못, 부쿠, 천수국, 네롤리, 레몬, 베르가못
미들노트
시클라멘, 쟈스민 꽃잎, 바이올렛
베이스노트
머스크, 베티버, 모로코 시더우드, 블랙앰버
조향사의 10년 발다프리크 솔직 후기
1년에 보통 많게는 2통 적게는 1통씩을 사며 뿌려왔으니, 최소 15통 이상은 사용한 것 같습니다. 집착에 가까울 만큼 발다프리크 향수를 많이 사용해 왔습니다. 발다프리크 향의 사용 팁이나 발다프리크 같은 향수를 뿌리는 방법은 다 적도록 하겠습니다.
발다프리크 첫 느낌
달콤한 향이 가히, 충격적일 만큼 좋았습니다. 간혹 글을 보다 보니 호불호가 있는 향수라는 멘트가 있던데 사실 이런 달콤한 향을 불호일 정도는 많이 없을 듯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달콤한 향은 빨리 질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크리드 향수의 버진 아일랜드 워터 향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런 달콤한 코코넛 향을 좋아하시면 발다프리크는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발다프리크는 그렇게 처음부터 저에게 신선한 충격이었고, 바로 구매를 이끌었던 향입니다.
달달하면서도 부드러운 향속에 느껴지는 가벼운 파우더리한 우디향은 당시 제가 찾고 있던 최적의 향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발다프리크는 첫 느낌에서부터 제 베스트 향수가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발다프리크 잔향과 지속력
발다프리크의 잔향
바이레도의 발다프리크는 잔향이 달콤한 우디향 이 두 단어면 표현이 가능합니다. 달달한 구름 솜사탕 향이라는 표현을 많이들 하시는 데, 아주 적당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료 중 코코넛은 들어가 있지 않지만, 아주 약한 코코넛 향을 떠올리면 연상이 쉽습니다. 아주 고급스러운 섬유유연제라고 해야 할까요? 달콤함과 포근하면서도 깨끗한 비누향이 잔향감을 균형 있게 이룹니다.
발다프리크의 발향, 지속력
발다프리크의 지속력은 오드퍼퓸에 비해 짧아, 6~8시간 정도 입니다. 특별히 발향력은 어떤 관점에서는 좋지 않은 타입니다. 조향사로서 발향자체가 너무 강하다 보면, 그 향은 부담스럽게 되고 데일리 향수로는 부적합하다고 봅니다.
발다프리크 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를 감추고, 옷과 사용자의 살갗에 베입니다. 그래서 주변 이들로 하여금 향수가 아닌 좋은 냄새라는 표현을 자주 듣습니다. "좋은 향수 뿌렸네?"가 아니고, "좋은 향/냄새나네?"라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주기주장이 강하지 않고, 환경에 따라 물처럼 흐르는 향수, 발다프리크. 발다프리크의 발향력과 지속력은 잘 디자인된 마스터피스라는 생각이듭니다. 그래서 저 또한 이렇게 오랜 기간 발다프리크를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조향사가 말해주는 발다프리크 사용 TIP
향수 뿌리는 법에 대해서는 자세히,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만 적어 놓은 이전 제 글이 있습니다. 관련 내용은 이전글을 참고 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 건 10년 동안 사용해 온 발다프리크 향수를 사용하는 팁입니다.
발다프리크와 같이 사용자에 스며드는 향들이 있습니다. 대체로 코 끝이 찐한 향보다는 잔잔한 향들이 이런 류의 향수입니다. 또 종류로 따지자면, 오드 퍼퓸 보다는 코롱 종류이죠.
다른 향수와 레이어드 하기
아마 향수도 레어이링을 하나라고 되묻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물론 향을 레이어링 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입니다만, 니치향수가 발전하는 배경에는 남들과 다른 나만의 향을 소유하고 싶기 때문이라는 근본적인 사용자의 니즈를 생각하면 레어어링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향을 레이어링 하는 방법이야말로 창의성에 근거합니다. 저와 같은 경우는 브랜드의 이미지로 표현하자면 톰포드, 르라보와 같이 강렬한 향과 2 레어어드로 뿌리기도 하고, 조말론과 같은 원료에 가까운 향과 레이어링 하기도 합니다.
레이어링은 최소 2~30분의 간격을 두고, 맥박이 뛰는 곳에 분사합니다. 또는 한가지의 향은 옷에, 다른 한 가지의 향은 맥박이 뛰는 곳에 분사하는 크게 2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면서 본인과 맞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향수가 아닌 자연스러운 향 만들기
제가 발다프리크 향수를 이렇게 오래 사용할 수 있던 방법이기도 합니다. 바로 향수처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패브릭 스프레이 처럼 다음날 입을 옷에 전날에 2~3회 분사해 놓는 것입니다.
옷에다가 에어샤워를 하는 방법인데요. 향수가 부담스럽다고 생각드시는 분들에게 추천드리는 방법입니다. 다음날 남는 향은 향수보다는 아주 달콤하면서도 상쾌한 패브릭 스프레이, 섬유유연제 향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바이레도의 발다프리크 총평
발다프리크 향은 참 특별합니다. 바이레도 브랜드에게도 가장 특별한 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에는 특히 바이레도 브랜드가 대중적인 니치향수 브랜드로 자리 잡으며, 일부 사용자들에게는 평범한 향수 브랜드로 평가받기도 하여 안타깝기도 합니다.
발다프리크는 네롤리, 천수국, 재스민, 베티버, 시더우드, 머스크 등의 원료를 최상의 배합으로 만들어내는 대단한 향수입니다. 적혀있는 원료들로 만들어낼 수 있는 단순한 향이 아닌 걸 알기에 더 매력적이죠.
원료이야기보다는 달콤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향을 찾으시는 분들에게는 발다프리크 만한 게 없습니다. 지속력과 발향력은 관점에 따라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는 있겠습니다.
연령대: 20~30대
성별: 여성적 *중성적인 향으로 남성도 무관
계절: 가을~겨울
한줄: 고급스러운 섬유유연제에서 날 법한 달콤한 향
중성적인 향이지만, 아무래도 2~30대의 여성분에게 더 잘 어울리는 향입니다. 계절은 가을과 겨울이 어울리지만 여름 티셔츠에서 느껴져도 좋을 향입니다. 블라인드 구매도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은 발다프리크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조향사가 알려주는 다른 향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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